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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경제·안보의 신질서 속 한국의 전략적 진로는? - 제51차 전문가 정책포럼 성료

  • 글로벌피스재단
  • Last updated 2025년 07월 02일

“미·중 전략경쟁 시대, 한국 전략산업 보호 모색”

“경제·안보 중심 외국인 투자심사 제도화 강조”

“전략산업 보호위한 외교·산업정책 통합 대응 촉구”

[21일 열린 제51차 전문가 정책포럼 참석자들 모습]

[21일 열린 제51차 전문가 정책포럼 참석자들 모습]

미·중 패권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은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가?

지난 6월 21일 열린 ‘제51회 전문가 정책포럼’에서는 「미·중 전략경쟁 시대 한국의 전략산업 보호 방안」이라는 주제로 국내 주요 외교·안보·경제 분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정책 방향을 심도 있게 논의하였다.

이번 포럼은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이 주최하고 곽태환 이사장(전 통일연구원 원장)이 사회를 맡았으며, 이왕휘 아주대학교 교수가 발표를 맡았다. 

지정 토론자로는 구자현 박사(KDI), 박종수 박사(전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이상수 박사(제주평화연구소), 이승주 박사(중앙대), 전봉근 박사(국립외교원), 홍현익 박사(국정기획위원회 외교·안보분과위원장) 등이 참여하여, 학술적 분석과 정책 실천 간의 균형을 도모하였다.


▎경제·안보 개념 재정립과 전략산업 보호

[사회를 맡은 곽태환 이사장(좌), 발제를 맡은 이왕휘 교수(우)]

[사회를 맡은 곽태환 이사장(좌), 발제를 맡은 이왕휘 교수(우)]

이날 발표를 맡은 이왕휘 교수는 “전통적 산업통상 정책만으로는 더 이상 국가 전략산업을 방어할 수 없는 시대”임을 역설하며, 경제·안보 개념을 정치·경제·지정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재정립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는 미·중 전략경쟁이 세계 경제의 블록화와 공급망 재편을 촉진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한 한국의 능동적 전략 수립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과거 자유무역주의와 경제적 효율성을 중시하던 질서가 퇴조하고 있으며, 경제적 수단을 안보 목적에 활용하는 경제 국수주의적 기조가 미국과 중국 모두에서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 관세, 투자 제한, 수출 통제 등 전방위적 제재 정책이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도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EU·글로벌 사우스 간 분절화의 심화

[주제 발표 중인 이왕휘 교수의 모습]

[주제 발표 중인 이왕휘 교수의 모습]

이어진 논의에서는 글로벌 질서의 다극화와 지정학적 리스크의 증가가 세계 경제를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가에 대한 다각도의 분석이 제시되었다. 

이 교수는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지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 압박 지수(GSCPI) 또한 급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 중국, EU 등 주요 세력이 각각 자국 중심의 경제·안보 전략을 추진하며, 전략산업 보호를 위한 외국인 투자심사, 리쇼어링(생산 시설 국내 이전), 프렌드쇼어링(동맹 중심 협력) 등 대응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특히 EU는 ‘디리스킹(위험 제거)’ 전략을 통해 중국과의 전면적 단절을 피하면서도 핵심기술과 산업의 보호를 추구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한국의 선택지에도 중요한 함의를 제공한다고 언급했다.

지정 토론자들은 이와 같은 분절화 양상이 공급망만이 아니라 금융, 무역, 기술, 외교 영역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특히 한국처럼 미·중 양국에 모두 높은 의존도를 가진 국가의 경우, 외교적 중립성과 산업 전략의 정교함이 동시에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투자심사 체계화와 법제화 필요

[발제 내용을 토의 중인 곽태환 이사장의 모습]

[발제 내용을 토의 중인 곽태환 이사장의 모습]

이 교수는 한국이 미·중 전략경쟁 구도에서 전략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시급히 마련해야 할 제도로서 외국인투자심사 제도를 꼽았다. 

현재 한국의 외국인투자촉진법은 여전히 투자 ‘촉진’에 방점을 두고 있어, 안보적 차원의 심사 기능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CFIUS, EU의 FDI 스크리닝 메커니즘 등 선진국의 사례를 제시하며, 한국 역시 전략산업에 대한 투자자 국적, 인수 규모, 기술 이전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한 사전적 심사 체계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국가 안보, 공공질서, 핵심기술 유출 방지 등 심사 항목의 구체화와 투명성·예측성·효율성 원칙이 법·제도 설계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전략산업 보호위한 다각적 제언 이어져

[지정 토론 중인 참석자들의 모습]

[지정 토론 중인 참석자들의 모습]

발표 이후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이 한국의 경제·안보 전략과 외국인 투자심사 제도의 방향성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다.

“경제 안보 외교정책의 부속 아닌 독립적 전략 분야”

이상수 박사는 한국이 직면한 경제 안보 도전을 단순한 산업적 사안이 아닌, 국가 전략과 생존에 직결된 독립적 안보 분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외국인 투자심사 강화와 더불어, 경제적 자립 기반 확대와 산업 주권 회복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술 주권 확보가 외교적 유연성의 기반”

전봉근 박사는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기술 주권 확보가 곧 외교적 자율성의 조건임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외국인 투자심사는 기술 안보를 위한 최소한의 방파제이며, 국제 규범과의 조화를 고려한 신중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산업구조 재편과 전략 기술 육성이 병행되어야”

구자현 박사는 “단기적 대응 수단인 외국인 투자심사에 더해, 한국 내부의 산업구조를 전략적으로 재편하고, 핵심기술을 주도적으로 육성할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기술 투자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 선택과 우선순위 설정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정학적 거리와 경제·안보 리스크 연계 강화”

박종수 박사는 “전통적인 지리적 거리보다 지정학적 거리와 동맹 수준이 무역·투자 흐름을 결정짓고 있다”며, 한국이 외교적 정렬(alignment)을 전략적으로 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비시장 국가와의 교역·투자 관계에 대한 면밀한 리스크 평가 체계 도입을 제안했다.

“경제·안보와 외교정책의 정합성을 확보해야”

이승주 박사는 한국이 외교·안보정책과 산업정책 간의 정합성(coherence) 을 갖추지 못할 경우, 외교적 신뢰도와 경제적 회복력이 모두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경제·안보 전략의 수립 시, 산업·기술·외교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통합 거버넌스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제적 공조를 통한 균형 전략이 핵심”

홍현익 박사는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양자택일보다는 다자협력과 균형 외교를 통해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심사 강화와 더불어, 공급망 안정화와 기술 동맹을 통한 국제 공조 전략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종합 평가와 향후 과제

[이날 포럼에서는 경제 안보에 관한 추가적 논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날 포럼에서는 경제 안보에 관한 추가적 논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번 제51회 전문가 정책포럼은 단순한 경제 현안 논의를 넘어, 지정학적 전환기에서 한국이 맞닥뜨린 ‘경제·안보의 시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지를 진단한 자리였다. 

곽태환 이사장은 포럼을 마무리하며, “더 이상 산업정책은 경제 부처의 전유물이 아니며, 외교·안보 부처와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국가 전략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정학적 리스크가 구조화되는 시기에 한국이 외교적 양자택일이나 산업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동시에 전략적 자율성과 공급망 회복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국무총리실 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산하에 ‘경제안보전략위원회’와 같은 고위급 거버넌스 기구의 설치가 고려될 필요성도 언급되었다.

이번 포럼은 학계와 정책 현장을 아우르는 전문가들이 집단지성을 발휘하여 국제정세에 대한 진단과 정책 대안을 심도 있게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향후 한국 정부의 전략산업 정책 및 외교·안보 전략 수립에 유의미한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